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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일심단결 "의료분쟁조정법 전면거부"

산부인과 일심단결 "의료분쟁조정법 전면거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2.02.26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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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학회·분만병원협회 공동 결의문 채택
"조정절차 불참 제도 불능화...헌법소원도 불사"

4월 의료분쟁조정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산부인과 의사들이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법률 제정때부터 이어져 왔던 논란이 결국 의사들의 전면불참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면서,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제대로 된 첫 걸음도 떼보지 못한 채 절름발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분만병원협회는 26일 중앙대병원에서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거부 선포식'을 열고 독소조항 개정 없이는 분쟁조정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산부인과 주요 관계자들이 의료분쟁조정법 독소조항 개정을 요구하며, 조정제도 전면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의협신문 고신정
이들은 결의문에서 "4월 시행을 앞둔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정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의료분쟁을 조장하고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을 해치는 법률로는 국민의 건강권도 지켜질 수 없다"면서 "산부인과 의사 일동은 한마음 한 뜻으로 독소조항의 합리적 개선을 요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의료분쟁조정절차에 일체 응할 수 없음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제도시행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조정절차 전면거부라는 최후의 카드를 빼든 이유는 뭘까? 산부인과 의사들이 꼽는 법률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무과실 보상기금의 분담과 의료분쟁조정원의 비효율적인 구성 등이다.

무과실 보상기금 분담과 관련해 산과 의사들은 민법에서 정한 과실책임의 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계산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인정된 사건에 대해서도 의사가 일정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신정호 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의료인과 정부가 나눠내도록 하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과실은 없으되 책임을 지라는 없어도 책임은 지라는 논리로, 이는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얘기"라고 꼬집었다.

강중구 분만병원협회장 또한 "무과실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곳은 세계 어느나라도 없다"면서 "오히려 가까운 일본은 분만의 특수성을 인정, 의사의 과실이 있어도 국가가 책임을 져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의료분쟁조정원의 구성상 의료인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에 문외한인 비전문가가 의료사고 여부를 감정하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들은 법률상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들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난동이나 폭력행위 방지 등을 위한 대책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상 이들 문제는 법률 제정 초기부터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이나, 의료계의 주장은 그간의 논의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조정절차 거부라는 최후의 패를 꺼내든 이유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을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정호 사무총장은 "의료시스템 문제는 국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 정부는 그간의 논의과정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제도시행을 강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사무총장은 "산부인과 진료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새로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문의 숫자가 2002년 270명에서 작년 90명으로 줄어들었고,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 의원이 늘어나 분만의료기관 없는 시군구가 2010년 전국 49곳에서 작년 58으로 늘어났다"면서 "산부인과 위기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위기가 아니라 산모와 신생아의 위기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만큼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독소조항 개정없이 법률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헌법소원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김암 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 TFT 팀장은 "4월 시행되는 시행령상 무사고 보상이 포함되지는 않으나 그외 조항은 시행된다"면서 "무과실 보상기금의 경우 1년 정도 유예기간이 있으나 독소조항이 포함된 채 법률이 시행된다면 의료인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고, 국민들이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헌법소원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동 선포식은 산부인과학회와 학회 산하 개원특임위원회·분만병원협의회 등 사실상 전체 산부인과가 참여해 한 목소리를 냈다. 이에 앞서 성형외과와 이비인후과 개원의사들도 분쟁조정제도 불참을 선언한 바 있어 이번 선언이 의료계의 추가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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